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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aling Beauty 1996 영화


<벨자>






소박한 고아 엘리 히긴바텀이 될 거야. 사람들은 상냥하고 조용한 성격의 날 사랑하겠지. 책을 읽고 제임스 조이스의 작품에 나오는 쌍둥이에 관한 긴 논문을 섰기 때문에 날 좋아하는 것은 아니겠지. 어느 날, 건장하면서도 점잖은 정비공과 결혼해서, 도도 콘웨이처럼 자식을 많이 낳을 거야.
 만일 내가 그러고 싶다면.




 
나는 눈을 감았다.
 숨을 한 번 들이쉴 만큼의 짧은 침묵이 흘렀다.
 그러더니 뭔가 굽혀지며 나를 안고 세상이 끝난 것처럼 흔들어 댔다. 타다다다다닥, 날카로운 소리가 났다.
공중에 파란빛이 번쩍거렸고, 그때마다 몸이 홱홱 젖혀져서 뼈가 으스러질 것 같았다.
잘린 식물처럼 몸에서 수액이 다 빠져나간 것 같았다.
 
내가 무슨 짓을 저질렀다고 이러나.





하지만 시작하려는 순간, 팔목의 살같이 너무 허옇고 무방비 상태여서 칼을 댈 수가 없었다.
죽이고 싶은 게 그 살갗이나 엄지 밑에서 뛰는 파란 핏줄이 아니라, 다른 데 있는 것만 같았다.
더 깊고 은밀하고, 다다르기가 훨씬 어려운 곳에.





우리는 해변에 비치된 그릴에 핫도구를 구웠다. 나는 조디와 마크, 칼을 지켜보면서도, 걱정과 달리 내 핫도그를 태우거나 불에 떨어뜨리지 않고 적당히 구웠다. 그러다 아무도 안 볼 때 핫도그를 모래에 묻어버렸다.





내가 그 연극을 기억하는 것은 미치광이가 나온다는 한 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다른 건 모두 흩어져버렸지만, 미친 사람이 나오는 대목은 모두 머리에 남았다.






나는 헤엄쳐서 돌아가지 못할 만큼 녹초가 될 대까지 수영할 작정이었다.
앞으로 나갈 때, 내 심장 박동 소리가 답답한 모터 소리처럼 들렸다.
나는 살아있다, 나는 살아 있다, 나는 살아 있다.





노란 실크 끈을 고양이 꼬리처럼 목에 매달고 이리저리 다니면서 목을 맬 곳을 찾다가,
엄마의 침대에 앉아서 끈을 꽉 당겼다.
하지만 끈을 바싹 당겨서 귀가 벌게지고 얼굴에 피가 솟구치는 기분이 들 때마다 끈을 풀었고,
그러면 다시 괜찮아지곤 했다.
그때 내 몸이 온갖 종류의 속임수를 쓴다는 걸 알았다. 중요한 순간에 양손이 늘어졌고,
그러면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내 뜻대로 한다면 순식간에 죽는 거였는데.





나는 물속에서 손을 젓고 발을 찼다. 달걀 모양의 바위는 해변에서 봤을 대보다 가까워지지 않은 것 같았다.
그때, 바위까지 헤엄치는 것이 소용없는 짓임을 깨달았다. 바위로 올라가서 햇살을 받으며 누워 있으면,
돌아갈 힘이 다시 생길 테니까.
내가 할 일은 바로 그 순간 거기서 익사하는 것뿐이었다.
그래서 헤엄을 멈추었다.





거미줄이 부드러운 나방처럼 얼굴에 닿았다. 검은 우비로 그림자처럼 몸을 감싼 채, 약병을 열었다.
재빨리 수면제를 한 알씩 입에 넣다가 중간 중간 물을 삼켰다.
처음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약을 다 먹었을 즈음에는 눈앞에 울긋불긋한 빛이 번쩍이기 시작했다.
약병이 손에서 미끄러졌고, 난 누웠다.
정적이 꼬리를 늘이며, 조약돌과 조가비가 드러났다. 초라하게 부서진 내 삶 전부도.
그 순간 그것이 하나가 되더니, 밀려드는 파도 속에서 날 잠으로 밀어 넣었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랑 대화하는 건 질색이다.
한 무리의 사람들을 상대할 때마다 한 사람을 골라 그에게 말한다.
내가 말을 할 때 나머지 사람들은 날 쳐다보며, 유리한 입장을 차지하는 것 같다.
기분이 뭣 같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쾌할한 목소리로
"기분이 어떠냐?"고 묻고 "좋아요"란 답을 기대하는 사람들도 싫다.
"거지 같아요."






난 모든 걸 기억했다.
해부용 시신, 도린, 무화과 이야기, 마르코의 다이아몬드, 광장에서 만난 해병,
닥터 고든 병원의 사시 간호사, 깨진 체온계,
두 종류의 콩 요리를 갖다 준 흑인, 인슐린 투약으로 9킬로그램이 늘어버린 체중,
하늘과 바다 사이에 회색 두개골처럼 튀어나온 바위.
어쩌면 친절한 눈처럼 망각은 그것들을 무감각하게 하고 덮어버리리라.
하지만 그것들은 나의 일부였다. 그것들은 나의 풍경이었다.





예전부터 퇴원할 때는 앞에 펼쳐진 모든 것을 알고 확신하고 싶다는 소망이 있었다.
내가 '분석'되었으니 모든 게 분명해질 터였다.
그런데 내가 알 수 있는 것은 물음표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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